의성 최치원문학관, 고운사 일대에서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
폭염에도 숲길 시원하게 걸으며 힐링

10월28일~29일 최치원 문화제 기대

최치원문학관이 고운사 천년숲길에서 개최한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 행사 참가자들이 일주문에 이르러 기념촬영을 한 모습.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과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 고금선원장 노현스님, 안동불교사암연합회장 도륜스님, 중앙종회의원 탄하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스님, 의성불교사암연합회장 혜산스님 등이 참석했다. 또 김주수 의성군수, 김광호 의성군의회 의장, 최태림, 이충원 경북도의원과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안윤호 제16교구본사 신도회장도 참석했다.
최치원문학관이 고운사 천년숲길에서 개최한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 행사 참가자들이 일주문에 이르러 기념촬영을 한 모습.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과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 고금선원장 노현스님, 안동불교사암연합회장 도륜스님, 중앙종회의원 탄하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스님, 의성불교사암연합회장 혜산스님 등이 참석했다. 또 김주수 의성군수, 김광호 의성군의회 의장, 최태림, 이충원 경북도의원과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안윤호 제16교구본사 신도회장도 참석했다.

 

두 발을 꽁꽁 싸매던 양말과 신발을 벗고, 두 발을 황톳길 위로 내려놓는 느낌이 생경하다. 미리 물을 뿌려둬 시원하면서도 껄끄러움, 뭔가를 밟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맨발 걷기가 익숙하다. 7월30일 의성 최치원문학관(관장 정우스님)은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일대에서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 행사를 개최했다.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천년고찰의 숲은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을 가리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뭇 생명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천년숲길 맨발걷기 행사는 최치원문학관에서 고운사 경내까지 약 2km를 걷는 프로그램이다. 고운사와 최치원문학관 코로나팬데믹 시기인 3년 전 국민 심신 건강을 위해 기획했다. 코로나시기, 갇혀 지내다가 자연에 나와 맨발로 걸으며 해방감을 느낀 참가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참가자가 두 배수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맨발 걷기가 암 치유와 류마티즘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TV로 방영돼 화제가 된 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첫 회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후에 고운사 스님들은 경내 흙길을 쓸고 가꿔 작은 돌멩이 하나 밟히지 않는 매끈한 황톳길로 만들었다. 매일 아침 스님들은 황톳길을 빗자루로 쓸어 잘 관리하고 있다.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스님들이 매일 운력을 함께하며 길을 정리하고 있어, 주말 고운사를 찾는 관람객 가운데에는 맨발 걷기를 하기도 한다”며 “의성군도 고운사 천년숲길이 갖는 자연적 가치와 관광 효과를 인식하고 보존관리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운사 사부대중의 노력으로 잘 가꿔진 천년숲길은 덕분에 전국에서 손꼽을만한 황톳길이 됐고, 천년숲길을 맨발로 걷는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됐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스님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스님들.
맨발로 걷는 참가자들.
맨발로 걷는 참가자들.

 

올해는 맨발 걷기 외에도 ‘사랑’을 주제로 한 세족식이 진행됐다. 맨발 걷기를 함께 하며 추억을 쌓은 참가자들은 서로의 발을 씻어주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단촌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장진원(7세) 어린이의 발을 씻겨주며 건강하게 자랄 것을 기원했다. 군수 할아버지가 발을 씻겨주는 특별한 경험을 한 장진원 어린이는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할아버지가 발을 씻겨줘 시원하고 좋았다”고 인사했다. 또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발심출가한 행자의 발을 씻기고 훌륭한 수행자가 되라고 응원했다. 고운사 고금당선원장 노현스님과 입승 서담스님은 서로 발을 씻겨 줘 훈훈함을 연출하기도 했다.

건강과 힐링을 추구하며 전국에서 모여든 참가자들은 폭염에도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를 맨발 걷기 애호가라는 서울에서 온 김길영(75세)씨는 “맨발 걷기 행사가 있으면 전국을 찾아다니는데 대전 계족산 황톳길에 이어 고운사 천년숲길도 걸어보니 정말 관리가 잘 돼 있어 좋았다”며 “자연을 그리워하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깨끗하게 관리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참가자들
깨끗하게 관리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참가자들
작은 돌멩이 없이 잘 관리된 고운사 황톳길. 스님들은 매일 아침 이곳을 빗자루로 쓴다.
작은 돌멩이 없이 잘 관리된 고운사 황톳길에 찍힌 사람들 발자국. 스님들은 매일 아침 이곳을 빗자루로 쓴다.

 

최치원 선생의 30대 후손이라는 최진호(77세)씨는 “제가 쓴 소설 <최치원> 5권 20질을 오늘 최치원문학관에 기증했는데 최치원 선생의 사상을 선양하면서 맨발 걷기로 힐링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든 고운사와 문학관에 감사하다”며 “최치원 사상 전공자들을 초청한 다양한 특강도 마련돼 많은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심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장에서는 의성농특산물 및 먹거리 판매와 함께 목판 인경과 천년숲길 가새 전시회, 최치원문학관 기획전시 ‘고운 시, 색을 입다’ 전시가 진행돼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당초 유명 가수를 초청한 음악회를 계획했지만, 중부지역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지면서, 수해 이재민과 유가족들 아픔을 위로하는 뜻을 담아 취소했다.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은 “올해는 ‘천년의 시간속으로 맨발로 걸어요’ 행사가 ‘HI STORY 경북’ 특화 관광프로그램으로 선정돼 경북도와 의성군의 지원 속에서 준비됐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집중호우에 폭염이 이어져 참가자들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700여 명에 달하는 방문객들이 찾은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 경산, 상주, 하양, 포항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맨발 걷기 소식을 듣고 방문했다고 한다.

정우스님은 “집중호우 피해로 음악회가 취소돼 아쉽지만, 오는 10월28일과 29일 이틀간 열리는 최치원 문화제에서는 청소년축제와 사찰음식축제를 더해 대규모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10월에 열리는 최치원 문화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이 행자 발을 씻겨주는 모습.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이 행자 발을 씻겨주는 모습.
선원장 스님이 입승 스님 발을 씻겨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선원장 스님이 입승 스님 발을 씻겨주며 즐거워 하고 있다.

 

한편 맨발 걷기 행사에 앞서 최치원문학관에서 개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과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 고금선원장 노현스님, 안동불교사암연합회장 도륜스님, 중앙종회의원 탄하스님, 총무원 사회부장 범종스님, 의성불교사암연합회장 혜산스님 등이 참석했다. 또 김주수 의성군수, 김광호 의성군의회 의장, 최태림, 이충원 경북도의원과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안윤호 제16교구본사 신도회장도 참석했다.

등운스님은 “고운사는 최치원 선생 공덕을 기려 그 호를 따 고운(高雲)에서 고운(孤雲)으로 변경하며, 최치원 사상을 누구보다 잘 선양하고 있다”며 “부처님께서는 맨발로 걸으며 법을 전했고, 옛 어른들도 걸어다녔던 길을 오늘 여러분이 맨발로 걷는다. 발바닥에 흙과 돌이 닿는데 그 느낌을 잘 살피며 걸으라”고 당부했다. 이어 “일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마음 편한 건데 가장 좋음 방법이 걸을 때 발바닥에 오는 느낌을 집중해서 살피면 다른 정신 흘러갈 수 없다”며 그게 곧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김주구 군수는 “인구감소로 군 운영이 어렵지만, 고운사 행사를 통해 우리 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농산물 판매 등이 늘어나면서 관광특수 효과도 커 이번 천년숲길 맨발걷기 행사가 더욱 뜻깊다”며 “고운사는 천년고찰로서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어 맨발로 걸으며 일상에 지친 삶 힐링하고 위로 받고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주수 의성군수가 장진원 어린이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
김주수 의성군수가 장진원 어린이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이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의 발을 씻겨줬다.
최치원문학관 관장 정우스님이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의 발을 씻겨줬다.
먹거리장터에서 누룽지를 구매하는  스님.
먹거리장터에서 누룽지를 구매하는  스님.
등운스님과 김주수 군수가 먹거리 장터에서 오미자차를 시음하는 모습.
등운스님과 김주수 군수가 먹거리 장터에서 오미자차를 시음하는 모습.

안동=어현경 기자

박광호 대구경북지사장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04830